현종이 기사
양현종은 늘 등판을 마치고도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끝까지 함께 지켜본다. 그러나 이날은 마운드를 내려온 뒤 얼굴이 벌개진 채로 곧장 웨이트장으로 향했다. 경기 시작하면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이 기분을 선수들한테 보이면 너무 민폐일 것 같아서 혼자 생각하려고 아무도 없는 데로 가서 TV로 야구를 봤다. 솔직히 화가 났고 처음엔 감독님이 미웠다. 그런데 계속 생각해보니까, 지금 팀이 이기고 있는데 내가 뭐 하는 거지, 난 베테랑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팀 승리가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하면서 야구해왔는데, 맨날 후배들한테 팀 승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내 입으로 말해놓고 지금 뭐하는 짓인가, 후배들이 뭐라 하겠나 갑자기 너무 창피했다”며 “사실 맨처음에는 ‘맞아도 9-7인데’ 생각했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하니까 9-2에서 9-7까지 가버리면 우리 경기가 넘어갈 수 있는 건데, 무실점도 아니고 내 손으로 5점이나 줘놓고 지금 뭐라는 거냐, 생각이 들었다. 오늘 경기는 정말 뒤집어지면 안 되겠구나 싶었고, 그래서 7회에 추가점 뽑는 거 보고 ‘와 다행이다’ 생각하고 웨이트장에서 나왔다”고 했다.
한 시간 동안 혼자 생각하다 정신을 차리고, 양현종은 8회 라커룸으로 갔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9회에는 더그아웃으로 나가 함께 경기를 끝냈다. 그리고 경기 뒤 양현종은 감독실로 향했다. 이범호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양현종은 “감독님이 미안하다고 하셨다. 나도 계속 ‘이런 상황을 만들어서 제가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니까 감독님이 또 미안하다 하시고, 나는 또 ‘아니다. 제가 죄송하다’고 하고 서로 그냥 미안하다, 죄송하다만 계속 주고받았다”고 웃었다.
KIA는 앞으로 계속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다. 이길 기회가 왔을 때는 반드시 잡아서 승수를 쌓고 승률을 높이며 1위를 지키는 야구를 해야 한다. 전에 해보지 못했기에 당황했던 17일의 경험을 양현종을 비롯한 선발 투수 누구라도 또 하게 될 수도 있다.
양현종은 “처음 겪은 상황이라 많이 당황했다. 이제는 그런 상황을 내가 또 만들면 안 되겠지만, 혹시 다시 그렇게 되더라도 그때는 팀이 이기는 상황이면 아무 상관 없을 것 같다. 이번처럼 이런 행동은 다시 안 할 것이다. 어제 진짜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