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진 줄부상' 위기의 두산, 확 커진 최원준의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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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흠뻑 젖은 최원준은 경기가 끝난 뒤 안도의 한숨을 먼저 쉬었다. "사실 저보다 (양)의지 형, (김)재환이 형, (양)석환이 형이 저의 부진을 더 안타까워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빨리 좋은 모습이 나오기를 형들이 더 응원해주고 힘을 줬는데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그제야 미소를 띠었다.

최원준의 승리를 축하하는 두산 주장 양석환. 이우섭 기자
최원준은 앞서 등판했던 3경기에서 총 16자책점을 기록해 평균자책점은 13.09에 달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달랐다. 단 1자책점 뿐이었다.
갑자기 경기력이 좋아진 이유가 있을까. 최원준은 "달라진 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심리적으로 초반에 부진하다 보니 많이 쫓겼고 스스로 의심을 많이 했는데, 오늘은 열심히 노력한 걸 믿고 던졌을 뿐"이라고 돌이켰다.
이어 "지금까지 제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셨던 코치님들께 죄송했다"고도 털어놨다. 최원준은 "코치님들이 제가 등판할 때 누구보다 더 긴장하셨다. 저도 잘 안 돼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는데 오늘을 계기로 좋은 경기를 자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경기에 앞서 두산 선수단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외국인 선발 투수 라울 알칸타라가 팔꿈치 쪽 통증을 호소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것이다.
이승엽 감독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감독은 당시 "선수 본인이 팔꿈치가 안 좋다고 했다"며 "오늘 급하게 소식을 들어서 사실 당황스럽다. 알칸타라 자리를 어떻게 메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외국인 선발 브랜든 와델도 허리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상태. 팀의 선발 로테이션 구상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이 감독은 "개막 전에 준비했던 선발 투수 5명 중 현재 남아 있는 선수는 곽빈뿐"이라고 토로했다.

경기 후 인터뷰하는 최원준. 이우섭 기자
이러한 상황에서 최원준의 호투는 이 감독의 걱정을 한시름 덜게 하는 요소다. 이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선발 투수 최원준이 빛나는 투구를 보여줬다"며 "피안타와 볼넷 모두 최소로 억제하며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고 칭찬했다.
아직 시즌 첫 승리를 따내지 못하고 있는 후배 곽빈에게 애정 어린 조언도 건넸다. 최원준은 "(곽)빈이가 많이 힘들어 한다. 1승에 많이 쫓기고 있다"며 "제가 작년에 겪었던 것을 빈이가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곽빈은 올해 6번 선발 등판에 나섰지만 5패만을 기록 중이다. 투구 내용이 나빴던 것도 아니다. 퀄리티 스타트를 3번이나 달성했지만 소득이 없는 상태다. 최원준도 지난해 개막 후 6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다. 7경기째가 돼서야 승리를 신고했다.
최원준은 "제가 옆에서 많이 돕고 힘을 줘야 하는데 정신이 없었다"면서 "최대한 빈이가 흔들리지 않게 옆에서 잘 도와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빈이는 좋은 투수니까 금방 이겨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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