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시위→5출루 증명→돌연 잔류 선언' 그런데 '왜' 허경민 표정엔 슬픔이 가득했나 [잠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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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승리에도 이날 경기를 앞두고 잠실구장 주변엔 트럭 한 대가 배회하고 있었다. 일부 팬들의 자발적 참여로 구단에 항의의 뜻을 표하기 위한 '트럭시위'였다. 기대를 밑도는 성적은 물론이고 감독의 투수 운영 등 경기 운영 미흡, 선수들의 사라진 허슬 정신, 고액 몸값 선수들의 부진, 나아가 구단주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까지 트럭 내 전광판을 장식했다.

안타를 날리고 기뻐하는 허경민(왼쪽). /사진=김진경 대기자
허경민도 출근길에 이를 목격했다. 특정 선수들을 겨냥한 메시지도 있어고 그 중엔 허경민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스탯관리 85억 돈미새'라는 원색적 비난을 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즌을 앞둔 허경민이 몸값을 올리기 위해 개인 성적에만 집중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트럭시위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팀에 대한 불만을 가진 팬들이 적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들 중에서도 그 메시지나 방향성 등에 대해서는 야구 커뮤니티 등에서 다양한 이견이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 선수들을 향한 공격적 메시지의 비중이 크다는 것이었다.
두산 원클럽맨으로 몸을 아끼지 않고 플레이해왔고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의 주역이기도 했던 허경민이기에 더욱 서운한 마음이 컸다. 승리 후에도 표정은 밝지 않았던 이유다.
단상 인터뷰에도 어두운 표정으로 올라선 허경민은 "어제 오늘 이겼지만 다 잊고 내일마저 이기겠다"며 팬들께 한마디를 남겨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돌연 "저는 앞으로 계속 여기 있을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잔류 선언을 했다.
허경민을 향한 비판적인 시선에 답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발언이다. 일부 팬들은 FA 계약 후 아쉬움을 남기던 허경민이 올 시즌 반등하며 몸값을 키운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데 옵트아웃 여부를 떠나 팀에 남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올 시즌 성적이 매우 뛰어나지만 옵션을 행사하거나 혹은 옵트아웃을 행사하더라도 구단과 연봉협상을 두고 긴 줄다리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도 들릴 수 있는 부분이다. 허경민의 발언에 관중석에선 뜨거운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그만큼 속상한 마음이 컸다. 허경민은 "노력해서 야구를 잘한다고 나름 생각했는데 자꾸 좋지 않은 이야기가 나왔다. 머리로는 괜찮지만 솔직히 마음은 아팠다"며 "사실 오늘 출근할 때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선수들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굳이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