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스에 묻힐 뻔한 롯데 '진짜 재능'…명장+명코치 만나 꽃 피울 준비 마쳤다
2019년 롯데 자이언츠 1군 코칭스태프로 선수들을 지도했던 야구인 A씨는 2022 시즌 롯데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불과 3년 전까지 팀에서 2루수로 전략적인 육성을 위해 노력했던 유망주 고승민이 우익수로 기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고승민이 신인 때 수비에서 움직임이 나쁘지 않았다. 2루수로는 190cm에 가까운 신장 때문에 뭔가 어설퍼 보이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타구 판단과 스타트, 송구 능력까지 좋은 내야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했다"며 "롯데가 고승민의 포지션을 외야로 옮긴 뒤 2023년에는 1루수, 우익수로만 기용했다. 2루수로 테스트조차 하지 않는 걸 보면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또 "신인 선수를 뽑을 때 구단이 평가했던 스카우팅 리포트 자료도 있을 것이다. 정확한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지만 고승민을 2루수로 아예 쓰지 않은 건 구단의 실수로 봐야 한다"며 "선수와 구단 모두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허비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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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2023 시즌이었다. 서튼 전 감독과 롯데 프런트는 고승민에게 1루, 우익수 겸업을 지시했다. 롯데는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상황에서 2023 시즌 성적에 사활을 걸었다. '2루수' 고승민을 테스트하거나 믿고 기회를 주기보다 당장 공격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 롯데는 여기에 외야진을 포화 상태로 만들었다. 내야수로 입단한 핵심 유망주 윤동희, 김민석을 외야수로 수비 위치를 옮겼다. 현재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복무 중인 조세진까지 더하면 교통정리가 어려울 정도로 외야에 타격 재능을 갖춘 야수들을 몰아넣었다. 반면 내야는 공수에서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저연차 선수들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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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김광수 코치의 혜안은 롯데가 뛰어난 타격 능력을 갖춘 군필 2루수를 보유한 팀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데이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베테랑 야구인의 '선구안'이 고승민의 포텐셜 폭발을 이끌었다.
야수들의 수비력 평가에 냉정한 김태형 롯데 감독도 고승민의 2루 수비는 믿고 볼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이 2024 시즌 중 꺼내든 '2루수 고승민' 카드는 선수와 구단 모두를 살리는 효과를 낳았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달 27일 고승민이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직후 "고승민의 2루 수비는 현재 10개 구단에서 톱클래스다"라며 "고승민만큼 2루 수비력을 갖춘 선수는 많지 않다.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뛰어난 유망주들은 프로 초창기에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야구 인생이 크게 달라진다. 고승민에게 붙어있던 수비 포지션의 '애매함' 딱지는 명장과 명코치를 만나면서 떼어질 채비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