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Futures] 롯데 자이언츠 나승엽
진심이 담긴 서투름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씩 자신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무대를 상상한다. 2학년부터 덕수고의 4번 타자로 큰 관심을 받던 나승엽도 친구와 함께 메이저리그를 향한 꿈을 그려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히 미국에서 뛰는 야구선수가 되는 것이 아닌, 야구를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활약하는 것. 이에 나승엽은 더 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롯데 자이언츠 입단을 결정했고, 고등학생 때는 미처 마주하지 못했던 모양의 행복을 배웠다. 자신을 선택해 준 팀이 좋고, 동료와 팬, 그리고 부산이 좋아 그저 ‘롯데 나승엽’이 되고 싶다던 그. 꾸밈없는 단어 선택으로 가끔 지켜보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지만,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진심이 담겼다. 친구를 아끼는 마음, 동료를 존경하는 마음, 팀을 사랑하는 마음은 물론 팬에게 고마워하는 마음까지. 때론 다듬고 골라낸 단어보다 투박한 한 단어에 더 큰 진심이 실릴 수 있다는 것을, 나승엽과의 대화를 통해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야구가 없는 날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나요? (8월 12일 인터뷰)
오늘은 좀 늦게까지 잤어요. 쉬는 날에는 동료 형들이나 동생들하고 밥도 먹고요. 만나면 주로 고기를 먹으러 가요. 밥 사줄 테니 나오라고 하는 형도 많고, 같이 먹자고 하는 동생도 있어요. 자주 같이 먹는 동생은 (윤)동희나 두 민석(김민석, 이민석)이도 있고요. (두 명의 민석이를 어떻게 구분해서 부르나요?) 그냥 이름을 부를 때 얼굴을 바라보니까 둘도 딱 자기를 부르는 줄 알던데요?
지난달 윤동희가 화보 촬영할 때 더그아웃에서 한참 구경하다 들어갔잖아요. 놀리려고 나온 건가요?
동희가 촬영하고 있다길래 놀리려고 나왔죠. 근데 결국 못 놀렸어요. 너무 진지하게 찍고 있길래요. (이번에는 손호영, 박승욱이 구경하고 갔어요.) 저도 그렇게 구경하고서 바로 다음 달에 찍게 될 줄은 몰랐는데, 찍고 들어오면서 호영이 형한테 놀림을 많이 받았어요. 그때 찍은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보내면서 ‘표정 열받네’라고 딱 다섯 글자를 보냈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별 반응을 안 했죠.
예전에 공개된 MBTI가 ESFP로 알고 있는데, 아직 그대론가요?
맞아요. 저 E(외향형)예요. 사실 반반이긴 한데, 친한 사람들하고 있을 때는 ‘E’가 되다가, 낯선 사람들하고 있을 때는 ‘I’가 돼요.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한테 먼저 다가가서 말 걸 수 있는 정도의 성격이에요.
등장곡이 바뀌었어요. 가사에 ‘나’가 자주 나오는 곡을 발견하면 바꾸는 건가요?
이번에 바꾼 세븐틴의 ‘Monster’는 조지훈 응원단장님이 추천해 주신 거예요. 그전에 쓴 채연의 ‘둘이서’도 분명 맘에 드는 곡이긴 한데, 등장곡으로는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라서요. 어떤 걸로 바꾸는 게 나을지 응원단장님께 여쭤보고 바꾼 거였어요.
#때론 잊는 게 상책
후반기에 들어와서 홈런포가 연이어 나오고 있어요. 전반기엔 하나였던 홈런이 7월에만 4개가 나왔는데, 김태형 감독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고 들었어요.
우선 감독님께서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보라고 하신 걸 신경 썼어요. 또 타격할 때 몸이 크게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두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해 주셨어요. 어떻게 보면 중심이 되는 뒷다리가 중요한데, 일자로 버텨가면서 쳐야 한다고요. 그리고 김주찬 코치님과 임훈 코치님도 정말 적극적으로 도와주셨거든요. 덕분에 타격폼도 효과적으로 바꾸고, 성적도 빠르게 나아졌어요. 배트를 좀 더 눕혀서 치는 방식으로 바꿨더니 예전보다 안정감이 생긴 느낌이에요.
부드러운 스윙과 마른 체형에 비해 멀리 뻗어가는 장타력으로 주목을 받았어요. 이 타격폼은 언제부터 만들어진 건가요?
사실 올해 시즌을 시작하면서 싹 뜯어고쳤어요. 지금껏 해온 대로 치면 안 되겠다는 걸 느꼈죠. 꾸준하게 잘 치는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거든요. 일례로 그전까지는 레그킥을 했는데, 그 동작 때문인지 기복이 컸어요. 안 맞는 날에는 끝까지 안 맞기도 하고, 타이밍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시즌 들어오기 전에 감독님께서 제 스윙이랑 타격 자세에는 발을 끌고 치는 게 더 나을 거라고 하셔서 토 탭(Toe-Tap, 앞발을 살짝 뒤로 이동하는 것 외에는 움직임을 거의 주지 않는 타격 자세)으로 바꿨죠.
홈런 포함 4안타 경기를 했던 7월 28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을 돌아보고 싶어요. 연장 10회 초에 1루 주자가 황성빈으로 바뀐 상황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들어섰나요?
일단 성빈이 형이 빠른 주자긴 한데, 저한테 속구로 승부를 보겠다는 느낌은 안 들었어요. 견제구가 무척 많았거든요. 그래서 속구랑 포크볼 두 가지를 계속 염두에 두면서 집중했어요. (견제가 계속될 때는 어떻게 집중력을 유지해요?) 따로 방법이 있다기보다는 그런 타이트한 상황에 들어서면 집중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최근에 인터뷰할 기회가 꽤 늘어났잖아요. 본인이 인터뷰한 영상을 돌려보기도 하나요?
제가 한 인터뷰는 잘 안 봐요. 말을 잘 못 하니까요. (시무룩) (지금 잘하고 있는데! 그래도 며칠 전 ‘축하할 일이 생겨서… 축하합니다’라고 했던 인터뷰는 물어볼 수밖에 없네요.) 저도 말하고 나서 아차 싶었어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팀원들도 뭐라고 하긴 했는데 누가 놀렸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요. 사실 인터뷰 들어가기 전에 어떤 걸 물어볼 거냐고, 질문을 보여달라고 했거든요. 근데 그걸 미리 알아도 큰 의미가 없었어요. 분명 무슨 얘기가 나올지를 다 봤는데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씁쓸)
야구를 잘할 때도, 못할 때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무던하다고 했더라고요. 야구 때문에 가장 감정의 폭이 커졌던 때는 언제였나요?
이번 시즌 초에는 조금 흔들렸어요. 속마음도 아주 친한 사람들 말고는 잘 말하고 다니는 성격은 아니어서 혼자 삭이려고 했어요. 그래도 스트레스를 오래 곱씹는 편은 아니라 하루 정도면 잊어요. 한편으로는 잘한 것도 금방 잊고요.
1루수로서 190cm의 큰 키를 십분 활용할 수 있을 듯해요. 그렇지만 어려운 부분도 있죠?
수비는 아직 다 어려워요. 빠른 타구를 잡는 것도 어렵고, 몸도 유연한 편이 아니라 포구도 더 잘하고 싶은데 쉽지 않아요. 또 짧은 시간 안에 판단해야 할 게 많은 포지션이라서, 타구 판단이나 수비 위치 잡는 것도 힘들어요. 1루수로서 아직 갈 길이 멀죠. 김민호 코치님은 항상 제게 급하게 움직이려 하지 말고, 공을 완전히 잡고 나서 그다음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세요. 잡기도 전에 다음 플레이를 신경 쓰지 말라는 의미로요.
1루에 있으면 상대 팀 타자를 자주 만날 텐데,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었나요?
키움 히어로즈의 (장)재영이요. 타자로 전향하고 1루에서 만난 게 재밌어서 제가 먼저 말을 걸었는데, 진짜 안 들리는 건지 그런 척을 하는 건지 계속 무시하더라고요? 긴장했냐고 툭툭 건들면서 장난쳤는데 “조용히 해”라고 하면서 들은 척도 안 했어요. (중학생 시절부터 친했는데, 장재영의 야수 전향 소식을 듣고 어땠나요?) 저는 재영이가 타자로 야구하는 게 오히려 잘 됐다고 봐요. 왜냐면 그전까지 부상으로 고생한 것도 있었고요. 그리고 야수로서의 재능도 큰 친구거든요. 그래서 재영이가 야수로 전향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좋았어요.
장재영과 특히 돈독해 보이던데, SNS 댓글에 ‘러뷰 울애기’라고 한 건 평소 말투가 반영된 건가요?
제가요? 언제요?! (다급) 그거 한 5년 전 일 아니에요? 요즘은 그런 말은 오글거려서 못 하죠. (그때는 그게 어떻게 가능했나요?) 모르겠어요. 제가 미쳤었나? (장재영은 어떤 친구예요?) 재영이는 제 가장 친한 친구죠. 지금도 매일 한 번은 연락하는 편인데, 둘이 있을 땐 야구 얘기는 별로 안 해요. 중학생 때부터 워낙 친했으니까요. 근데 사실 둘이 관심사도 전혀 다르고 성격도 완전 반대예요. 우선 재영이는 애교도 엄청 많고요. (정작 ‘러뷰 울애기’는 본인이 했으면서…) 그건 제발 머릿속에서 지워주세요. 아무튼 재영이는 애교도 있지만, 흥이랑 끼도 충만한 친구예요. 제 앞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건 기본이고요. 릴스도 찍어서 저한테 꼭 보내고, 자기가 여자 아이돌 춤을 춘 것도 보내요. 그럼 전 그냥 읽고 무시하는 편인데, 개의치 않고 계속 보내더라고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등 공신이 있다면 누굴까요?
일단 (전)준우 선배님이 쉬지 않고 파이팅을 외쳐주시고, (정)훈 선배님도 계속해서 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말씀하시거든요. 두 선배님이 지고 있을 때도 한번 해보자고 선수단을 끌어주시니까, 저희처럼 어린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더 분위기를 밝게 만들려고 목소리를 낼 수 있더라고요. (정훈과는 1루수로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잖아요.) 훈 선배님한테 배운 게 특히 많아요. 1루수가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라면서 격려도 해주시고요. 경기 중에는 상황에 맞게 어떻게 수비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상대 팀 수비를 보고도 비슷한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세세하게 가르쳐 주시고요.
#현재 내 곁의 롯데에서
사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려 했잖아요. 그리고 올해 서울 시리즈에서 그 시절에 선망하던 무대를 밟아봤어요.
그때는 모든 선수가 다 신기하더라고요. 제가 1루수로 나갔으니까 LA 다저스 더그아웃하고 가까이 있었잖아요. 특히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 무키 베츠 선수가 멋있었고, 확실히 포스가 느껴졌어요. 그 자리에서 지켜보면서 지금 이곳이 꿈의 무대구나 싶기는 했지만 깊이 되뇌지는 않았어요. 제가 있는 현실에 집중해야겠다고, 롯데에서 더 잘하자고 다짐했죠.
KBO리그 구단에 입단할지, 메이저리그에 도전할지 고민할 때 부모님은 어떤 조언을 남겼나요?
처음에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고 했을 때부터도 부모님은 항상 제 선택을 지지해주셨어요. 그리고 롯데에 지명을 받고 입단을 결정했을 때도 부모님은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셨어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참고하는 편인지, 내가 옳다고 믿는 걸 밀고 나가는 편인지 궁금해요.
일단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귀담아듣기는 하는데, 그게 제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요. 다양한 의견은 듣되 결국 최후의 결정은 제가 해야 하는 거니까요.
#‘롯데 나승엽’
입단 초 말했던 목표가 한 시즌 100안타예요. 인터뷰일 기준으로 86안타를 치고 있으니, 목표에 거의 다다랐어요.
입단 초에 세웠던 목표니까 지금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100안타를 달성하면 당연히 기쁜 마음이 들겠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새로운 목표는 아직 없어요. 무엇보다 팀이 중요하니까요.
올 시즌은 어떤 모습으로 끝마치고 싶나요?
시즌이 끝날 때는 우선 팀이 훌륭한 성적으로 가을야구를 향해 최대한 높이 올라갔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저도 안 다치고, 무사히 마쳐서 웃으며 시즌을 보내고 싶어요.
전역 후 첫 풀타임이니, 올해 느낀 것을 토대로 내년을 어떻게 준비하고 싶은지 궁금해요.
올 시즌을 치르면서 제가 아주 부족하다는 걸 다시 느꼈어요. 타격도 수비도 아직 멀었는데, 마무리 캠프나 스프링 캠프에서도 다시 한번 잘 보완해서 발전한 모습으로 내년 시즌을 시작하고 싶어요. 저는 기술이나 멘탈 어느 것 빼지 않고 둘 다 중요하다고 느껴서요. 멘탈을 예로 들자면 올해의 저는 수비에서 실책이 나오면 자책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의 전 그런 건 불필요하다고 봐요. 그럴 땐 빨리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구단 유튜브에서 마지막에 어떤 수식어와 함께 왔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롯데 나승엽’이라고 했어요. 어떤 의미인지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는 롯데가 정말 좋아요. 우선 팬분들이 1등이고요. 함께 야구하는 형들, 동생들도 다 좋고… 어렸을 때부터 부산이라는 도시 자체를 좋아해요. 저는 뭔가를 좋아할 때 특별한 이유가 없는 편이라, 지금 롯데에 관한 모든 게 그냥 다 마음에 들어요. 저를 좋게 보고 선택해 주신 팀이기도 하고, 프로에서의 첫 소속팀이라는 것도 무시하지 못할 것 같고요. 입단할 때부터 롯데에 대한 애정이 생겼죠.
마지막으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롯데 팬들에게 인사하며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고 야구장도 진짜 많이 찾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저희도 팬분들이 그렇게 응원해 주시는 것에 보답할 수 있도록 자주 이기는 경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