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고 셋업맨이 FA로 나온다고? 불혹의 최고 성적, '야구 도사'의 화려한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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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 베테랑 불펜 투수 노경은(40)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뭔가에 통달한 느낌을 준다. 노경은 스스로도 "야구를 그만둘 때가 다 되어 가니 이제 보인다"고 껄껄 웃을 정도다. 마흔의 나이임에도 최고의 성적을 내는 노하우는, 그간의 실패를 통해 쌓인 그 탑 어딘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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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 관리가 철저한 현대 야구에서 어떻게 보면 너무 많아 보이는 이닝이기도 하다. 그러나 비슷한 60이닝을 던진 선수들에 비하면 투구 수가 적다. 노경은이 효율적으로 경기 준비를 하고, 또 경기에 나서면 그렇게 던지기 때문이다. 이숭용 SSG 감독이 극찬을 아끼지 않는 대목이기도 하다. 투구 수가 적으니 코칭스태프로서는 다음 이닝과 다음 경기의 고민을 덜어준다면서 '최고의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노경은은 철저한 몸 관리로 유명하다. 비시즌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것을 보고 후배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훈련과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 노경은은 "나는 유연성으로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탄력으로 던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근력에 많이 신경을 쓴다"고 했다. 그렇게 비시즌 동안 한 시즌을 버틸 양식을 든든하게 쌓아둔 뒤, 시즌 때는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오버페이스를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아끼지도 않는다. 오래 뛰면서 몸으로 체득한 노하우다.
준비에 많은 힘을 빼지 않는다. 노경은은 "쓸데없는 공을 안 던진다. 연습 때 공을 던지고 경기에 나가는데 오늘 많이 던졌다면 내일은 아예 연습할 때 공을 안 만진다. 경기에 들어가더라도 팔을 풀 시간은 충분히 있다"면서 "자기가 불안해서 연습 때도 계속 던지고 그러면 팔 컨디션이 떨어진다. 단기전처럼 짧은 대회도 아니고 마라톤인데 그것만 잘 유지해도 잘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서 이닝과 경기 수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별로 못 느낀다"고 자신한다.
경기에 들어가서는 공격적으로 임한다. 초구부터 자신이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타자들도 이를 의식하고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들어온다. '야구 도사'가 된 노경은은 이를 역이용한다. 노경은은 "전력 분석이 나와 있으니 초구, 2구에 많이 덤빈다. 그런데 그게 보이더라. 오히려 더 잘 됐다고 치라고 둔다. 대신 변화구를 노리고 있을 때 직구를 던지고, 직구를 노리고 있을 때 변화구를 던진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은은 왜 이게 이제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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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은의 관심사는 홀드왕이나 다른 개인 타이틀이 아니다. 팀의 가을야구다. 가을의 맛을 너무나도 잘 아는 노경은은 언제든지 나가도 상관이 없다며 의지를 불태운다. 불펜 맏형으로서의 자존심과 책임감이기도 하다. 그런데 세간의 시선은 또 다르다. 노경은은 시즌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만 39세와 40세 시즌에 보여준 놀라운 활약은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몸이 너무 건강하다. 근래에 팔꿈치나 어깨가 아파본 적이 없다. 업계에서는 총액은 가늠하기 어려워도 2~3년 정도의 계약은 충분히 따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나 불펜 상황이 어려운 요즘 KBO 상황이라면 더 그렇다.
노경은의 가치를 가장 잘 아는 팀은 그의 재기를 도왔던 SSG다. 노경은이 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불펜 후배들에게 미치는 선한 영향력도 너무 많이 봐 왔다. 팀 투수진의 리더가 김광현이라면, 불펜에서는 노경은이 그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노경은을 잡으려면 FA 시장에 나가기 전 비FA 다년 계약을 추진하는 것 또한 고려할 만한 대안이다. 물론 최정이라는 최대어, 팀에 오랜 기간 헌신한 서진용과 FA 계약 등 여러 복잡한 사안은 남아 있다. 특히 계속해서 진행 중인 최정의 연장계약 사안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경은부터 잡기는 굉장히 부담스럽다. SSG가 우선순위 톱니바퀴를 잘 맞춰 복잡한 방정식을 잘 풀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