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조건이 다가 아니다" 1m65 작은 거인의 반란, 기대 밖→신인왕 후보까지
정준재는 "5월초 처음에 1군 올라왔을때는 제가 긴장을 안하는 편인데도 팬들 소리도 안들릴 정도로 긴장을 했었다. 몸이 잘 안움직여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2군에 한번 내려갔다 올라왔는데, 그때 손시헌 감독님이 '어차피 또 내려올거다. 마음 편하게 해라. 금방 오면 되는데 왜 그렇게 긴장하고 너의 것을 못하냐'고 이야기 해주셨다. 그 뒤로 마음이 편해지더라. 다시 1군에 올라갔는데 마음 편하게 내 것만 하자는 생각을 했더니 긴장감이 사라졌다. 그뒤로 한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았다"고 첫 시즌을 돌아봤다.
생애 첫 홈런도 쳤다. 정준재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 된 7월 27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 당시 두산 선발 최원준에게 퍼펙트로 막혀있던 SSG 타선은 정준재가 4회 1사에 친 솔로 홈런으로 굴욕을 깰다.
그게 정준재에게는 사실상 생애 첫 홈런이다. "대학 시절때 친 적이 있지만 워낙 작은 구장이었어서 그건 홈런으로 치지 않는다"는 정준재는 "치자마자 넘어갈줄 몰라서 일단 뛰었는데 홈런이 됐다. 1루 베이스 밟자마자 너무 좋아서 웃음이 막 실실 나왔다. 2루 밟고, 다시 3루 베이스를 도는데 실감이 나더라. 저도 모르게 웃으면서 뛰었다. 그때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고 당시의 행복감을 생생하게 전했다.
그의 올 시즌 기록은 88경기 타율 3할7리(215타수 66안타) 1홈런 OPS 0.776. 시즌 끝까지 컨디션이 크게 처지지 않고 3할대 타율을 꾸준히 유지한 것은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한다.
지난달 일본 가고시마에서 진행된 마무리캠프에서도 박지환, 고명준 등과 함께 '핵심 관리 대상'으로 분류돼 고강도의 지옥 훈련을 소화해냈다. 이 역시 다음 시즌에 대한 구단의 기대치를 확인할 수 있는 반증이다.
그는 "내년에는 못해도 올해만큼은 했으면 좋겠다. 저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선배님들을 보면서 배울 점도 많다. 특히 저는 작전 수행을 잘해야하는 유형의 타자인데, 그걸 제대로 못한 것 같아서 너무 아쉬웠다. 코치님들 도움을 받아 연구를 많이 해서 내년에는 작전 수행도 완벽하게 해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 도루도 50개 이상 하는 게 목표다. 일단 목표를 크게 잡았다"며 웃었다.
올해 시행된 ABS에서는 키로 인한 이득을 본다고도 느꼈다. 정준재는 "솔직히 말하면 키 작은 선수들에게는 조금 이득이 있는 것 같다. 제가 생각해도 '이건 높은 스트라이크인데?'하는 게 볼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콜이 안나오면 투수도 당황하고, 포수도 당황하더라. 대신 반대로 낮은 것은 잘 잡아주는 경우도 있다. 다만 높은 볼에 있어서 약간의 이점이 있는 정도"고 설명했다.
정준재는 "저는 신체 조건만으로 야구를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신체 조건은 안좋아도 큰 사람보다 더 야구를 많이 하고, 더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도)절대 주눅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자기 능력이 있고, 작으면 작은대로 장점을 살릴 수 있다. 자신감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