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왕'이 20홈런 도전 서곡? '미친 재능' 진짜 터지나,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김태우 기자] 프로 선수 되는 경력에서 사연이 없는 선수는 없다지만, 하재훈(35·SSG)처럼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도 별로 없다. 고교 졸업 직후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품고 미국에 건너 간 하재훈은 끝내 꿈을 이루지는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은 야수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201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그를 지명한 SSG는 하재훈이 투수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고, 조금은 얼떨결하게 외야 대신 마운드에 섰다. 대박이었다. 2019년 리그 구원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KBO리그 데뷔 시즌을 가졌다. 하지만 오랜 기간 투수를 하지 않았던 하재훈의 어깨는 버티지 못했고, 처절한 재활 끝에 다시 야수로 전향했다. 마지막 도전이라는 절박함이 있었다.
-
그런 하재훈은 2024년을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보고 훈련에 매진했다. 일찌감치 미국에 건너 가 팀 선배인 추신수의 집에서 훈련을 했고, 컨디션도 좋아 기대가 컸다. 그러나 지난해 107경기에서 타율 0.248에 머물면서 결국 도돌이표를 그렸다.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10개)을 기록하기는 했으나 타율과 출루율이 떨어졌다. 여기에 수비에서도 결정적인 실책 몇 차례가 나오면서 고개를 숙였다.
2025년 시즌을 앞두고는 개막 엔트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우선권을 만들지 못했고,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도 있었다. 이숭용 SSG 감독도 하재훈의 훈련 과정을 긍정적으로 지켜보면서도 자리에 대한 확답은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재훈은 묵묵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올해도 1월 초 일찌감치 미국에 들어가 몸을 만들었고, 그 성과는 스프링캠프에서 나타났다.
시작부터 컨디션이 좋았고, 자체 연습경기에서 장타쇼를 폭발하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홈런 두 방, 2루타 두 방이었다. 아무리 연습경기라고 해도 타자들의 실전 감각이 투수들보다는 떨어져 있을 때다. 그런데도 하재훈은 군계일학이었다. 이숭용 감독은 "플로리다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선수가 누구였느냐"는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하재훈이 가장 좋았다. 기록과 내용 모두가 너무 좋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기세가 이어질 수 있는지는 오키나와에서 테스트를 해볼 생각이다. 타격 훈련을 할 때, 연습경기를 할 때, 상대 팀과 실전을 할 때, 시범경기 때, 그리고 시즌 때가 모두 다른 게 선수들이다. 이 감독은 "25일 첫 연습경기(삼성전) 때 하재훈을 3번에 넣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타순은 큰 의미가 없지만 최대한 많은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타순에 넣어 하재훈을 실험한다는 구상이다.
사실 투수로는 구원왕, 타자로는 10홈런을 기록한 것 자체로도 분명 어마어마한 재능임은 분명하다. KBO리그 역사에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야수 하재훈의 기량이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고 본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여전히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고, 한 번 야구가 트이면 오래 더 현역을 이어 갈 수 있는 유형의 선수다. 주전 경쟁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하재훈의 가능성을 테스트해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흥미로운 일이다. 오키나와에서 그 희망의 크기를 불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