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 이렇게 야구했었지" 65억 잠수함은 오직 직진… 비워내야 다시 떠오른다
[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김태우 기자] 박종훈(34·SSG)은 KBO리그 통산 72승을 거둔 실적이 있는 투수다.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선발 투수로 두 자릿수 승수만 세 차례 달성했다. 보통 이런 베테랑 선수들은 시즌에 맞춰 천천히 몸을 끌어올린다. 시범경기에서 80~90% 정도까지 채우고, 개막 한 달 안에 100%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야 긴 시즌을 버틸 수 있다.
박종훈도 예전에는 그런 선수였다. 그래서 지금 이 시기, 자신의 생각하는 구상에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박종훈은 "지금 다 온 것 같다"라고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당장 시즌에 들어가도 될 정도의 컨디션까지 도달했다는 것이다. 박종훈은 "사실 이런 구상을 했을 때는 자리가 있을 때였다"면서 "지금은 솔직히 확실한 자리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개막전 로스터에 들어간다는 보장도 없고, 올 시즌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모른다. 일단 달려놓고 봐야 한다. 박종훈은 "뒤가 없다"고 강조했다.
캠프 때부터 그런 조짐은 보였다. 박종훈은 지난해에도 몸 상태를 굉장히 빨리 만든 축이엇다. 하지만 이전에 체중을 많이 감량했다는 것을 간과했다. 개막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막상 시즌이 시작하니 힘이 많이 떨어졌다. 오버페이스였다. 그래서 더 많이 준비를 했다. 현재 체중을 유지하면서 더 오래 버틸 수 있도록 체력을 많이 쌓았다. 그리고 캠프 시작부터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다른 선발 투수들이 불펜에서 40~50구를 던지던 시기, 박종훈은 이미 100구 이상을 던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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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아직 팀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믿고 성실하게 훈련했다. 1월에 미리 미국에 들어가 땀을 흘렸고, 캠프가 시작하자마자 달렸다. 더 나아진 구위와 성실함에 이숭용 SSG 감독도 박종훈에게 5선발 경쟁 기회를 줬다. 그리고 박종훈은 27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연습경기에 선발로 나가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힘을 냈다.
3이닝 동안 33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무4사구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공격적으로 승부하면서 고질적인 제구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 볼넷을 하나도 주지 않았다. 이날 고친다 구장의 마운드가 높아 커브 테스트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박종훈은 전체 33구 중 29구를 패스트볼로 던졌다. 주무기를 봉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심패스트볼이 타자 무릎 높이에서 잘 움직이며 맹위를 떨쳤다. 수비 실책까지도 품에 안으며 실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당초 40~50구 정도를 소화할 예정이었는데 40구도 되지 않아 3이닝을 마쳤다.
박종훈은 이날 경기에 대해 "그냥 한 가운데만 보고 던졌다. 투심도 잘 떨어졌다. 그래도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졌고 상황이 어떻든 간에 생각하지 말고 던지자고 했는데 그게 잘 됐던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나든, 점수를 주든 주지 않든 이렇게 던질 것 같다"면서 "투심도 괜찮았다.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2년간 씨름을 했던 팔 높이가 원래 좋았을 때로 낮아진 것은 큰 수확이다. 박종훈은 "상체가 서고 하체가 높았는데 그것을 계속 팔로 잡으려고 했었던 것이다. 낮게 던지려고 팔을 낮추려고 했다"면서 "생각을 바꾸고 그냥 누르는 느낌으로 던지려고 했다. 그런데 오히려 생각하지도 못하게 팔이 낮아졌다. '그래, 나 이렇게 야구했었지'라고 느낄 정도로 밸런스가 좋아졌다. 억지로 막 잘하려고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까 안 됐는데 지금은 진짜 그런 생각을 안 하고 던지는데도 낮아졌다. 확실히 몸무게를 뺀 게 컸다"고 설명했다.
지난 2년은 운동을 미친 듯이 했다. 구단의 기대, 팬들의 기대, 그리고 자신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2년을 실패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을 비울 수 있었다. 자신을 너무 얽매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마운드에 올라가 공을 던진다. 그 과정에 신경을 쓰고,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은 그냥 놔주려고 마음 먹었다.
박종훈은 "다른 사람을 신경 쓰기보다는 내 야구를 하고 결과가 안 좋으면 승복해야 한다. 위기의식을 가지고 야구를 하다 보니 내가 너무 급해지더라. 웃으면서 야구를 할 수 있고, 어디서든 내 야구를 하자는 생각으로 한다"면서 "심플하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저기 위(마운드)에서 던지는 것 하나만 생각하고 있다. 더 이상 뒤가 어딨겠나"라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2년은 많은 것을 채우려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비워내려고 노력한다. 잠수함도 부상하려면 머금고 있던 물을 빼야 한다. 다른 접근 방식이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