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사건'에 괴로웠던 1년… 돌아보면 다 밑거름, 최민준의 기대가 확신으로 바뀐다
[스포티비뉴스=가고시마(일본), 김태우 기자] 던지면 던질수록 왼쪽 옆구리가 아팠다. 결국 상태가 악화되더니 더 이상 투구를 할 수 없는 수준까지 통증이 확대됐다. 그런데 병원의 이야기는 달랐다. 아무리 정밀 촬영을 해도 "손상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답답한 마음에 사비를 들여 일본까지 가서 검사를 했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이상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SSG 우완 불펜 자원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최민준(26·SSG)은 2024년 이처럼 황당한 사건과 싸우고 있었다. 선수 자신은 큰 통증을 느끼는데 병원 검진은 이상이 없다는 결론의 되풀이였다. 1군 한 자리가 급한 선수인데 당연히 꾀병이나 태업은 아니었다. 최민준은 "검사를 해봤는데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공을 못 던질 정도로 아팠고, 그냥 스윙 자체가 안 됐다. 마운드에서 참고 계속 던지다가 안 되겠더라. 100%로 해도 될까 말까한 무대인데,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말씀을 드리고 쉬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최민준은 2024년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이숭용 SSG 감독의 기대주였다. 필승조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펜 소모를 아끼고 경기를 빨리 진행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봤다. 시원시원하고 공격적인 승부가 가능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황당한 사건으로 결국 그 기대에 못 미친 채 시즌을 마감했다. 최민준은 "감독님도 바뀌고 내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데 나도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도 "그냥 참고 계속 했었더라도 좋은 결과가 있지는 않았을 것 같다. 오히려 팀에 손해만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오프시즌 그 이유를 찾았다. 발단은 2023년 오른쪽 내전근 부상이었다. 내전근 쪽이 좋지 않으니 미세하게 폼이 달라졌고, 왼쪽 옆구리 쪽의 부하가 많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누적되면서 옆구리의 큰 통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최민준은 "옆구리가 아프게끔 던지고 있었더라. 몸을 다 쓰면서 던져야 하는데 그 부담이 옆구리로 가게끔 던지고 있었다. 내전근이 찢어지고 이 찢어진 부분을 활용하지 못하니까 계속 부담이 갔던 것 같다"면서 "그때는 그걸 몰랐다. 그게 데미지가 쌓이고 쌓이니 완전히 못 던질 정도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유를 알았으니 교정도 생각보다 빨랐다. 지금은 내전근이나 옆구리나 다 아프지 않다. 정상적인 밸런스를 찾았고, 구위도 다시 올라오고 있다. 플로리다 1차 캠프나 오키나와 2차 캠프에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가고시마 퓨처스팀(2군) 캠프에서 점차 구위를 끌어올렸다. 이제는 퓨처스팀 투수 중에서는 가장 좋은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최민준은 "재활군에 내려가서 코치님들과 투구 분석을 하고 측정하면서 뭐가 잘못됐는지 알게 됐다. 영상으로 볼 때는 크게 차이가 없지만 내가 던지는 느낌이 확 바뀌었다. 공도 가는 게 다르다. 육안으로 보인다"면서 "포수가 받아도 그렇게 느껴지고, 타자가 반응하는 것을 봐도 지금은 잘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평소 뭔가 확신하거나 확답하는 선수가 아닌 최민준이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만큼 스스로가 느끼는 그림이 좋다.
비록 그 부상 때문에 사실상 1년을 날린 셈이고, 아직 한창 좋을 때의 구위를 찾은 것은 아니다. 그 사이 1군에 있던 우선권도 사라졌다. 트레이드로 김민까지 영입하면서 자리가 더 좁아졌다. 하지만 최민준은 그 1년이 향후 야구 인생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최민준은 "나에게 너무 값어치가 있는 시즌이었다. 쉰 만큼 물론 마이너스도 있었겠지만 오히려 나에게 확신을 얻는 그런 계기가 된 것 같다. 메커니즘에 대한 확신이 생겼고, 그런 것들이 정립이 되면 뭔가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치지 않으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올 시즌을 기대했다.
개막 엔트리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최민준은 팀 불펜에 도움이 되는 자원임은 분명하다. 2022년 51경기에서 68⅓이닝을 던졌고, 2023년에도 53경기에서 60이닝을 소화했다. 불펜의 마당쇠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입증한 선수다. 지난해 공을 많이 못 던진 만큼 올해에 대한 의욕과 설렘도 더 크다. 최민준은 "기회가 오면 그것을 잡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 전까지 잘 준비하겠다"면서 "뭔가 '나 이제 잘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고 스스로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SSG의 기대감도 덩달아 샘솟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