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유격수 공백 메운 깜짝 활약… 그 평범한 비결, 이제 알았어도 결코 늦지 않았다
이 감독의 구상에서도 안상현은 슬그머니 배제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겨울 동안 코칭스태프 보고를 통해 안상현이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했다는 보고를 듣고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플로리다 캠프 명단에 들었고, 플로리다 캠프부터는 자신이 자신의 노력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오키나와 캠프 연습경기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며 시범경기까지 생존했고, 시범경기 7경기에서는 타율 0.417의 맹타를 터뜨리며 개막 엔트리에도 들었다.
어쩌면 최정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진 자리에 들어갔을 수도 있지만, 안상현은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안상현은 2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경기에 선발 8번 유격수로 출전, 3타수 2안타 1볼넷 1도루의 만점 활약으로 팀의 5-2 승리에 힘을 보탰다. 그것도 상대 외국인 선발 잭로그를 괴롭히며 이날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경기 전 "상현이형이 잘할 것"이라고 예언한 박성한의 말 그대로였다.
사실 운이 따랐다. 주전 유격수인 박성한이 22일 인천 두산전 2회 오른 손목에 공을 맞는 부상이 있었다. 아주 큰 문제는 아니라 경기는 끝까지 뛰었지만 통증은 23일에도 계속됐다. 결국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하에 이날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이 감독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안상현과 베테랑 김성현이었다. 모두가 김성현의 선발 출전을 예상했지만, 이 감독은 지금까지 노력하고 또 성과를 보여준 안상현에게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수비가 더 안정적인 김성현을 뒤에 받치면서 이기는 경기에 대비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안상현은 경기 후 "선발 통보는 오늘 경기장에 나와서 받았다"고 떠올렸다.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다시 긴장하고 또 주눅드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리기로 한 안상현은 이전과 다른 선수였다. 안상현은 이날 좋은 활약에도 불구하고 전혀 들뜬 기색 없이 "처음에는 긴장했는데, 그냥 (경기에 나가면) 잘할 것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노력을 믿었다. 지난해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안상현은 "겨울 동안 열심히 했다. 진짜 거의 마지막이다. 나이도 어린 나이가 아니다. 그래서 조금 담담하게 하려고 했다"면서 "지난해는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뭔가를 너무 막 하려고 했다. 올해는 마음을 그냥 조금 내려놨다. 편안하게 하려고 한다. 오늘도 좋은 카운트에서 그냥 앞에서 치려고만 했다. 그게 잘 맞았다. 도루도 스타트를 할 때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어차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최선을 다해 해볼 것을 해보고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안상현은 "예전에는 부담감을 많이 느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모든 지도자들이 다 인정하는 재능인 만큼 그것만 발휘하면 세대교체가 되어가고 있는 SSG 내야에서도 충분히 활용성이 있는 선수다. 발도 빠르고, 남들이 못하는 것을 하는 센스도 있다. 실수만 줄이고 집중력만 더 좋아지면 타격에서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다. 안상현은 "다 내려놨다. 그걸 너무 늦게 안 것 같다"고 웃었지만, 아직 결코 늦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