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그렇게 하면 안 돼" 정신 번쩍 든 최지훈, 깨어보니 순위표 상단에 보인다
사실 부담감이 심한 상황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 동안은 팀을 이끌 형들이 있었다. 자신은 뒤에서 밀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그렇지 않다. 그간 팀을 이끌던 선배들은 이제 슬금슬금 전력의 중심에서 뒤로 빠지고 있고, 팀 타선의 정신적 지주였던 최정마저 햄스트링 등 부상으로 2일에야 시즌 첫 경기를 한다. SSG는 갑자기 최지훈 박성한이라는 중간급 선수들이 이끌고 가야 하는 팀이 된 것이다. 언젠가는 올 일이었고, 책임감도 있었고, 준비도 했지만 확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어깨에 올려진 무거운 짐은 최지훈을 누르고 있었고, 이에 공·수 모두에서 최지훈답지 않은 플레이가 간혹 나왔다. 기대가 컸던 만큼 팬들의 실망이 큰 것도 당연했다.
최지훈은 변명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못했다고 했다. 계속 경기에 나가고, 비를 맞으면서 경기를 하는 등 체력적인 부담이 심한 상황에서도 묵묵하게 팀에 공헌하려고 했다. 잘 안 되는 부분에 대한 울분을 꾹꾹 참고 최선을 다한 결과는 다행히 그렇게 늦지 않게 찾아오고 있다. 최근 공격에서 상승세다. 1일 인천 삼성전에서는 9회 지금까지의 실수를 한 번에 만회하는 최지훈다운 슈퍼캐치로 팀 마운드를 도왔다.
팀 부동의 리드오프로 나서고 있는 최지훈은 1일까지 시즌 30경기에 나가 타율 0.316, 2홈런, 13타점, 8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78을 기록하며 돌격대장으로서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0.405에 이를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시즌 타율은 리그 전체 10위, 최다 안타에서는 알게 모르게 3위까지 올라왔다. 도루도 공동 4위다. 4월 30일 인천 삼성전에서도 잘 맞은 안타 3개(2루타 1개 포함)를 날리더니, 1일 삼성전에서는 3회 역전 투런포를 포함해 2안타 2타점에 그림 같은 수비로 팀의 연패를 끊는 데 앞장섰다.
이숭용 SSG 감독은 지난 스프링캠프 당시 최지훈의 타격 메커니즘 수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올해 3할을 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최지훈은 몸쪽에 굉장히 강한 면모를 보이는 좌타자지만, 타격을 할 때 왼손을 너무 쓰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한가운데나 바깥쪽 공에 약했다. 최지훈은 지난해 시즌 중반부터 강병식 타격코치와 함께 이것을 교정하려고 노력했고, 올해 3할 타율을 돌파하며 그 효과를 보고 있다. 끊임없는 노력이 배신하지 않은 셈이다.
최지훈은 "시즌 개막 이후 타격감이 막 좋지 않았던 적은 없다. 지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캠프 기간 중 교정 작업에 대해서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강병식 코치님과 거의 매일 이야기하다시피 한다. 아무래도 좋은 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하려고 생각한다"고 들뜨지는 않았다.
무거운 짐도 이겨내겠다는 각오다. 최지훈은 "우리 팀이 어려운 상황이라 나랑 (박)성한이, 형들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게 조금 복합적으로 계속 나왔었던 것 같다"면서 "어떻게 보면 어린 주전 선수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책임감이라고 할까 그런 게 있다. 지금까지는 '뭔가 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보여줘야 한다'는 느낌으로 바뀐 게 있다. 성한이도 힘들 것이다. 나나 성한이나 어린 선수들이 올 시즌을 하면서 좀 많이 느끼고 많이 배우고 또 조금 더 성숙해져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면서 자신부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