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서 허덕이는 2년 차 2루수, 이숭용은 믿음 접지 않았다… 그렇다면 박지환은 어떻게?
다만 이숭용 SSG 감독은 일단 정준재를 믿고 기용한다는 생각이다. 이것도 성장통이고, 팀의 미래를 위해서는 정준재가 이 고비를 이겨내고 성장해야 한다는 구상에는 변함이 없다. 어느 정도 각오했던 '세금'보다 더 많은 지출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1군 엔트리에서 빼지 않고 꾸준히 출전 기회를 주고 있다. 이 감독은 "아무래도 준재는 2년 차다. 아직 어린 친구다. 지금 여러 가지 부침을 겪고 있는데 어찌 됐든 고명준이나 정준재가 해줘야 한다. 그래야 (팀이) 앞으로 더 좋아진다. 어떻게든지 믿고 기용할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감독은 정준재가 이런 고비도 이겨낼 수 있는 성향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정준재가 꾸준히 경기에 나가는 다른 이유는 대안이 부족해서 그런 측면도 있다. 햄스트링 부상을 털고 온 최정은 아직 지명타자로만 나간다. 3루 수비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베테랑 김성현이 2루와 3루를 돌고 있다. 1군의 백업 내야수나 2군에서 올라온 내야수도 확실하게 자기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서 생각이 나는 또 다른 이름은 공·수 모두에서 큰 부진을 겪고 2군에 내려간 박지환(20)이다. 지난해 팀의 1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해 팀은 물론 리그에서도 큰 센세이션을 남긴 박지환은 올해 공·수 모두에서 밸런스가 무너진 모습을 보이며 지난 4월 20일 2군으로 내려갔다. 18경기에서 타율 0.167에 그쳤고, 장타는 하나도 없었으며 실책을 5개나 저질렀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서 자신감을 잃었다. SSG는 최정의 뒤를 이을 차세대 3루수 중 하나로 박지환을 테스트한다는 심산이었다. 최정이 지명타자로 나갈 때 박지환이 3루를 커버하고, 유격수 박성한의 백업도 역시 박지환에게 맡긴다는 구상이었다. 그런데 최정이 개막부터 뛰지 못하면서 박지환은 자신이 생각했던 이상으로 많이 3루 수비에 나갔다. 여기서 송구와 포구를 가리지 않고 실책이 터져 나오니 20살 어린 선수로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박지환은 지난해 2루수로 뛰었고, 정준재를 대신할 수 있는 하나의 자원이다. 퓨처스리그 10경기에서는 타율 0.324를 기록하며 감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다만 당장 콜업될지는 미지수다. 내려갈 때 선수와 상의해 그린 구상이 있기 때문이다. 웬만큼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 구상대로 가는 게 맞는다는 내부 판단이 있다.
이숭용 감독은 2군행 당시 박지환과 면담을 통해 수비 포지션의 선호를 물었다. 박지환은 3루나 내야보다는 외야가 조금 더 편하다는 뜻을 드러냈다. 올 시즌 구상은 물론 선수 경력에도 큰 변환점이 될 수 있는 만큼 한 번만 물어본 게 아니었다. 재차 논의했고, 결국 외야 쪽에 조금 더 비중을 둬보기로 했다. 최정의 후계자는 물론 한유섬의 후계자도 찾아야 하는 SSG는 현재 우타 외야수도 급한 상황이다. 그런 논의 속에 최근 박지환은 외야수로 출전하고 있다. 내야 훈련을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중이 외야수로 옮겨간 것은 분명하다.
내릴 때부터 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퓨처스리그 몇 경기 좋다고 바로 올렸다가, 다시 2군으로 내려가면 이것이야말로 치명상이기 때문이다. 외야에서 타격 재능을 살린다면, 이왕이면 멀리 보고 몸도 키우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박지환은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가며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동시에 벌크업도 지속하고 있다. SSG는 일단 올해 중반 이후를 보고 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충분히 줄 계획도 있다. 1군에 없다고 해서 구상에 지워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중요한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성과는 빨리 나타날수록 좋은 가운데, SSG 야수진 구상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관심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