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데이 승률이 70%라고? SSG 신들린 듯한 불펜 운영, 진짜 경헌호 매직인가
그런데 이 경기들의 성적이 놀랍다. "외국인 선수 등판 때보다 불펜데이 승률이 더 좋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SSG는 올해 김건우 전영준 박기호 박시후가 선발 등판한 경기가 총 13경기에 이르렀다. 사실상 오프너 게임까지 각오한 이 경기들이지만, SSG는 9번을 이기는 기염을 토했다. 승률이 69.2%, 70%에 이른다. SSG가 지금까지 5할 이상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동력이었다.
앞서 나간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잘 던진 것도 칭찬해줘야겠지만, 벤치의 불펜 운영 또한 빛났다. 사실 이 선수들은 5이닝은커녕 3이닝도 채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대다수 선발로 빌드업이 되지 않은 선수들이었으니 예상 못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재적소의 불펜 교체, 그리고 뒤이은 투수들의 분전이 이어지며 경기를 대등하게 끌고 갔고 결국 필승조를 모두 넣어 잡아낸 경기가 굉장히 많았다.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경기도 그랬다. SSG는 이날 김건우를 선발로 넣었다. 상대 선발 투수는 부진하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인 콜 어빈이었다. 선발 매치업에서 열세인데 김건우까지 잘 던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초반 흔들렸다. 그러나 SSG는 2회 위기 상황에서 곧바로 박시후를 붙여 실점 위기를 진화했고, 이후 최민준이 2이닝을 버티면서 팀 역전 발판을 놓자 바로 필승조를 다 붙여 값진 4-1 승리를 거뒀다. 놀라운 불펜 테트리스였다.
이숭용 SSG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건우가 조금 부진하면 빨리 바꾸자는 말이 있었고, 나도 빨리 바꾸자고 생각했다. 상황이 딱 오니 조금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나도 이게 승부처인 것 같았다. 정수빈에게 맞아서 0-3이 되면 우리 방망이의 지금 분위기로는 쉽지 않겠다 싶었다"면서 "그래서 승부를 보자고 빨리 바꿨는데 시후와 민준이가 너무 잘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헌호 투수코치의 준비도 칭찬했다. 이 감독은 "그런 부분들도 투수 코치가 준비를 잘해줬고, 상황을 고민할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지금 투수 코치 역할을 너무 잘해주고 있는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실제 올해 SSG 불펜이 조금 더 체계적으로 흘러갈 수 있었던 것은 경 코치의 활약이 빛난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감독에게 여러 가지 선택지를 줄 수 있게끔 준비를 한다는 평가다. 최종 결정은 이 감독이 하지만, 여러 선택지 사이에서 고를 수 있기에 투수 운영에 더 높은 확률을 기할 수 있다.
27일 인천 한화전에서도 불펜이 호조를 보이면서 결국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선발 문승원이 부진해 곧바로 전영준을 붙여 한화 타선의 흐름을 막아냈다. 점수차가 열세인 상황에서 일단 체력에 여유가 있었던 김택형 김민을 적시에 넣어 한화 발목을 붙잡는 사이 팀이 야금야금 추격해 역전에 성공했고, 동점이 되자마자 이로운을 준비시켜 8회를 막은 뒤 마무리 조병현이 경기의 문을 닫았다.
SSG는 26일 불펜이 7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틴 것에 이어 27일에도 불펜이 5⅔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팀 평균자책점은 3.55로 한화(3.47)에 이은 리그 2위, 불펜 평균자책점은 3.41로 당당히 리그 1위다. 모든 마운드 지표가 최하위였던 지난해와 완전히 달라졌다. 물론 타선이 잘 안 터져 빡빡한 경기가 이어지다보니 불펜 투수들의 투구 이닝에는 노란불이 들어온 것은 맞는다. 선발과 타선의 적절한 지원까지 이어진다면 금상첨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