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수 등판하면 타자들이 떤다… 최고 마무리 치고 올라갑니다
올 시즌 리그에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는 젊은 마무리 투수들이 득세하고 있는 가운데, 어쩌면 가장 이런 위압감을 주는 투수는 첫 마무리 풀타임을 보내는 조병현(23·SSG)일지 모른다. 조병현은 6월까지 시즌 38경기에서 38이닝을 던지며 4승1패16세이브 평균자책점 1.42로 선전하고 있다. 리그 마무리 투수 중 가장 평균자책점이 낮다.
위기 상황에서 변화구를 던져 타자를 유인하는 투수들도 많다. 그런데 조병현은 성향 자체가 '상남자'다. SSG 마운드에서 패스트볼 승부를 가장 선호하는 선수다. 때로는 너무 패스트볼 고집을 부려 포수가 진땀을 흘릴 때도 있을 정도다. 조병현은 시속 150㎞ 초반까지 나오는 빠른 구속을 가졌다. 여기에 높은 릴리스포인트를 가지고 있고, 패스트볼 수직무브먼트는 2위권과 차이가 좀 있는 단연 리그 1위다. 타이밍이 맞았다 생각하고 방망이가 나갔는데 이미 공은 방망이 위를 지나가 있다. 하이패스트볼 위력이 가장 좋은 이유다.
이숭용 SSG 감독은 패스트볼 승부를 선호하는 조병현에 대해 "마무리로서 굉장히 좋은 성향이라고 본다. 똑같이 직구를 던져도 어떻게 마음을 먹고 던지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칠 수 있으면 쳐, 난 내 공을 던질 거야'라는 마음을 먹고 던지면 이길 수 있는 승산이 높다고 본다. 타자도 타석 안에서 그것을 느낀다"면서 "나도 현역을 할 때 오승환이나 이런 친구들이 던지면 타석에 들어가서 느끼는 게 다르다. 마운드에 딱 서 있을 때 아우라가 있어야 한다"면서 조병현이 서서히 그런 점을 갖춰가고 있다고 칭찬했다.
조병현의 패스트볼이 강력한 것은 단순히 빠르고 묵직한 것 때문은 아니다. 제구가 된다. 높은 쪽, 낮은 쪽, 몸쪽 모두 잘 던진다.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어려운 변화구에 의존하는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볼넷이 적다는 마무리로서 최고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올해 9이닝당 볼넷 개수는 1.42개에 불과하다. 웬만하면 볼넷이 없고, 공이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타자들은 기다릴 수가 없다. 일단 방망이가 나가야 한다. 그러다 뚝 떨어지는 포크볼이나 커브에도 헛스윙이 나온다.
평균자책점이나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등을 볼 때 현시점 최고 마무리는 조병현이라는 분석이 이제는 힘을 얻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과소평가됐던 마무리지만, 성적이 쌓이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마무리의 덕목이 주자를 안 내보내는 것이라면, 조병현은 역대급 성적을 쌓아가고 있기도 하다.
시즌 35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중 리그 역사상 WHIP가 가장 낮았던 선수는 1993년 선동열(당시 해태)로 0.54였다. 단순히 따지면 2이닝 던지면 주자 한 명 정도 내보내는 꼴이었다. 2011년 오승환(삼성)이 0.67이고, 2009년 유동훈(KIA)이 0.74를 기록했었다. 조병현이 0.76으로 역대 4번째로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0.80 이하의 WHIP를 기록한 역대 선수 중 가장 어린 나이이기도 하다. 이는 의미가 있다.
6월 초 실점이 있어 0점대 평균자책점을 반납하기는 했지만, 최근 10경기에서는 다시 평균자책점 0.96을 기록하며 또 평균자책점을 깎아내리고 있다. 최근 10경기 피안타율은 0.069에 불과하다. 이제 타자들도 눈에 조금 익을 시기가 되고, 전력 분석도 다 끝났고, 선수도 체력적으로 조금 지칠 때가 됐는데도 이 성적이다. 이는 조병현이 가지고 있는 내공 자체가 우리 생각 이상이라는 것을 상징한다.
구원왕 경쟁도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다. 올해 유독 4점 차 리드 상황에서 등판이 많았던 조병현은 5월까지만 해도 세이브 쌓는 페이스가 더뎠다. 못 던져서가 아니라 상황이 안 왔다. 하지만 6월 들어 7개의 세이브를 적립하면서 점차 속도를 붙이고 있다. 지금까지 구원왕 경쟁은 1위 박영현(KT·22세이브)를 필두로 김원중(롯데·21세이브), 정해영(KIA·20세이브), 김서현(한화·20세이브)이 추격하는 양상이었는데 조병현(16세이브)도 추격의 불씨를 당기고 있다. 최고 마무리 지위를 유지하며 구원왕 경쟁에 불을 지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