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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뽐내기참여] 룡이는 왜 멸쫑했는가에 관한 사후 보고

2024 06-24 00:05
조회 1091댓글 19

동닷 1주년을 글로 기념할 방법엔 뭐가 있을까 싶었었는데, 생각하다보니 스쳐 지나간 동닷 로판플을 실제로 조금이라도 적어보면 어떨까 싶더라고(و ◔Θ◔)و

주제는 도미 여왕과 발닦개를 자처하는 룡이입니다〆(•Θ•๑)∧

https://www.dongsaroma.com/boards/1/1/3811264

먼저 적은 앞 내용이 있긴함 〆(•Θ•๑)∧

***

결석의 사유를 찾고자 한다면, 지나친 고열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철 없는 애새끼마냥 감정을 못 이겨낸 것이다. 그냥 이대로 녹은 쇳덩이 마냥 뇌가 흘러내리면 좋겠다.

잠들기 전 옆에 놓아둔 대야에 담긴 천을 달아오른 이마에 얹었다. 천에 열기가 번지며 천천히 식는다. 두통은 여전하다. 자리에서 애써 일어나 보았다. 움직임에 이상은 없다.

조실부모, 사고무탁한 백작가의 영애. 뒈지고 없는 부모가 남겨준 것이라고는 고작이라고 할 수 없는 양의 빚. 작위 승계는 진작에 포기했다. 내 것이라 할 만한 것은 머리 뿐이다.

몸을 눕히고 있던 작은 4평짜리 방구석은 남의 것이다. 이마저도 신분과 머리를 팔아 타인의 돈으로 세를 냈다. 장학금을 받고 산다는 의미다. 그러고도 돈이 부족한 일이 생긴다면, 시간을 팔아 일을 했다.

내가 가진 다른 무언가를 파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 쉽다 못해 하찮다. 예를 들어, 인간 관계라든지.

뭐라고 그랬더라. ‘돈은 충분히 줄테니 괜한 자존심 부리지 말고 저와 연인인척 굴어달라', '돈은 충분히 줄테니 괜한 자존심 부리지 말고 내 아들과 헤어져.’ 였던가.

나는 들은 말을 뉘앙스 하나 틀리지 않고 수행해 1만 카르딘짜리의 인간 관계를 맺었으며, 부모의 말을 전하며 5만 카르딘 값어치의 이별을 고했다.

“진심이야?”

“응.”

나는 짧은 대답을 마치고 탁자에 놓인 주스를 빨대를 통해 주욱 빨아 들였다. 이제부터 내가 할 말은 없다.

분노, 비명, 힐난, 협박, 눈물.

그저 지켜볼 시간이다.

외침의 연속이 끝나 한 막이 잦아들면 할 일은 전부 끝났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된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간다. 붙잡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내 역할은 듣지 않는 것이다.

이 모든게 정확히 어제 저녁의 일이었다. 흐늘거리는 뇌는 무사히 두개골에 담겨있다. 성실한 학생은 이제 굴하지 않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학교를 갈 시간이다.

습관이라는 이름의 스스로에 대한 통제는 제법 엄격해 이런 날에도 여지없이 학교에 가기 1시간 반 전부터 이미 눈은 떠졌다. 챙길 것을 챙기고 향한 곳과 만난 사람. 모두 평소라는 말을 갖다 붙일 수 있을 정도로 일상적인 일이었다.

“우리 이야기 좀 해.”

딱 방금 전까지만이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도망쳤다. 일상의 해체, 새로운 시작이 오는 것이다. 새로운 시작의 도입부로 도주는 썩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통상적인 소재다.

“도망가지만 말고 우리 대화 좀 하자고.”

안 들린다. 못 들었다. 이제 안 들리나? 나는 뛰다가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같이 뛰고 있다.

히익.

나는 지금 아무 것도 못 본 것이다. 어제와 다르게 상투적인 고성방가는 잠시도 없었다는 양 구는 것처럼.

아니, 애시당초 난 어제 고성방가와 같은 일을 겪은 적 없다. 제법 합리적인 결론이 찾아왔다. 나는 이 결론을 스스로 믿기로 결정했다.

‘도미는 이렇듯 심각한 수준의 현실 회피와 관조, 합리화로 이루어진 사람이었다.’ 라는 말 마저 스스로 내뱉을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사람이 이렇게 구질구질하고 형편없이 살아간다면, 보통은 이유가 있다. 하다못해 계기가 된 사건 따위라도 있다. 하지만 나의 삶에는 이유가 없다.

기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난 늘 운이 없었다. 운이 좋길 바란 적은 없다. 그냥 평범한 수준이면 만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실부모 사고무탁하다는 것은 이미 평범한 것과는 멀다.

그러니 행운을 바라지 말고, 행운으로 인해 만들어질 수 있는 건 스스로 계획을 통해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일을 해 번 돈을 모아, 나는 용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용. 전설 속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생명체. 행운을 바라지 않는다는 사람치고,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고귀하고 오만한 생명체는 실존한다. 그리고 그들은 내기를 좋아한다. 나는 그 빌어먹을 내기 때문에 아직 살아있다.

‘왜, 나만 살아남은거죠? 떨어지는 마차를 건져낼 수도 있었던거잖아요!!’

‘네 목에 걸린 목걸이는 내기의 증표야. 네 부모는 나에게로부터 승리했고, 네가 오래 살길 바랬지. 그러니 너만 살면 돼. 정확한 계약 이행이지.’

‘고작, 고작 그게 전부?’

‘유감스럽게도. 흠. 그렇다해서 당장 죽으려 들면 곤란하니, 나와 내기를 하지. 죽기 싫게 해주마. 수명이 끝에 달하기 전에 나를 다시 찾아내봐. 네가 이긴다면 네가 원하는 모든걸 해주지.’

그러니, 나는 반드시 그를 찾아낼 것이다. 찾아서 내 손에 행운을 굴종시켜 버릴 것이다.

***

나는 내기에 이겼다.

“용케, 성공했군. 그래. 약속대로 소원을 빌어.”

생의 단 한 순간도, 누군가의 밑에 없어본 적이 없는 오만한 자의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내가 무엇을 요구할지 아무런 예상조차 해본 적 없는, 당당한 표정이다.

여유를 잃길 바랬다. 평온하질 못하길 바랬다. 그게 내가 그와의 내기에 최선을 다해 응한 유일한 이유였다.

“그러면 나에게 네 모든 것을 줘.”

“뭐?”

“한 입으로 두 말 할거야? 나는 네 모든 것을 요구했어.”

“약속은 약속이지만…. 이건 과해.”

일그러진 표정이 만족스러웠다. 세상에 불만이 가득한 것이,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나 역시 저 짐승과 점점 닮아감에도 불구하고, 삶의 바칠 수 있는 것을 모두 바쳐 굴복시킨 것은 생각보다 짜릿했다.

“그러면 약속을 하지 말았어야지. 이건 네가 나를 얕본 대가야.”

“…. 나의 주인, 왕, 지배자, 세상, 신. 당신께 내 모든 것을 바치노라.”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볼 것이다.

나는 저 짐승과 다를 바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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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 1닮
    2024 06-24 00:08

    ‎더... 더... 더주세요 너무 재밌어...!!!!!( و o̴̶̷̥᷅ᗝo̴̶̷᷄ )و✧

  • 2닮
    2024 06-24 00:10

    안녕하세요 작가님 쿠키받아요 ʕ∩ᵒ̴̶̷̤⌔ᵒ̴̶̷̤∩ʔ 더내놔봐

  • 3닮
    2024 06-24 00:13

    매기작가님 더줘세요 ʕو ˃̵ᗝ˂̵ ʔو

  • 4닮
    2024 06-24 00:13

    그래서 다음꺼는 언제 연재해주는데요 (´,,•﹃•,,`)ꔪ

  • 5닮
    2024 06-24 00:14

    ∧( ⸝⸝ᵒ̴̶̷ Θ ᵒ̴̶̷⸝⸝ )∧ ∧( ⸝⸝ᵒ̴̶̷ ᵕ ᵒ̴̶̷⸝⸝ )∧ ∧( ⸝⸝ᵒ̴̶̷ ◇ ᵒ̴̶̷⸝⸝ )∧ 도료이네 언제 뽀뽀해요

  • 6닮
    2024 06-24 00:17

    ₊‧✩•.˚⋆( ⸝⸝ᵒ̴̶̷ Ⱉ ᵒ̴̶̷⸝⸝ )ꔪ⋆˚.•✩‧₊ 왐마야

  • 7닮(원닮)
    2024 06-24 00:17

    @5닮
    전생은 망사인데예 (ノノノΘछ )ꩀ🍷

  • 8닮
    2024 06-24 00:17

    ‧˚₊*̥(* ⁰̷̴͈꒨⁰̷̴͈ )🪄‧˚₊*̥ 우와아아

  • 9닮=5
    2024 06-24 00:20

    @7닮(원닮) 21세기에서 만나서 뽀뽀하는거 해피엔딩 만들어줘요 ( و o̴̶̷̥᷅Θo̴̶̷᷄ )و

  • 10닮
    2024 06-24 01:43

    ₊‧✩•.˚⋆( ⸝⸝ᵒ̴̶̷ O ᵒ̴̶̷⸝⸝ )🪄⋆˚.•✩‧ 글을 너무 잘쓰잖아요 매기작가님

  • 11닮
    2024 06-24 09:24

    다음편 올라올 때까지 숨참겠습니다 흡 ( っ °、。)っ✧

  • 12닮
    2024 06-24 09:46

    ₊‧✩•.˚⋆ʕ ⸝⸝ᵒ̴̶̷ Ⱉ ᵒ̴̶̷⸝⸝ ʔ⋆˚.•✩‧₊더 줘 더 줘요

  • 13닮
    2024 06-24 13:45

    다음편 어딨어요 작가님!!

  • 14닮
    2024 06-24 14:09

    제 쿠키를 받아주세요 ( و ˃̵ᗝ˂̵ )و🪄

  • 15닮
    2024 06-24 14:25

    나 이런 웹소?서타일 글 지인짜 오랜만에 보는데 너무 재밌다아 도미와 댜기의 이야기라니 ₊‧✧•.˚⋆( ⸝⸝ᵒ̴̶̷ O ᵒ̴̶̷⸝⸝ )⋆˚.•✧‧₊

  • 16닮
    2024 06-24 20:48

    ₊‧✩•.˚⋆꒰(⸝⸝ᵒ̴̶̷ Ⱉ ᵒ̴̶̷⸝⸝)꒱⋆˚.•✩‧₊ 작가님 다음편 다음편!

  • 17닮
    2024 06-24 23:57

    넘 재밌다아 다음편 줘요 ₊‧✩•.˚⋆( ♧⸝⸝ᵒ̴̶̷ O ᵒ̴̶̷⸝⸝ )( ⸝⸝ᵒ̴̶̷ O ᵒ̴̶̷⸝⸝☆ )⋆˚.•✩‧₊

  • 18닮
    2024 06-25 14:52

    ʕっ˶ᵔ Ⱉ ᵔ˶ʔっ 🍪🍪🍪🍪🍪🍪🍪

  • 19닮=7(원닮)
    2024 06-25 15:20

    아마 링크는 안보는듯 하지만(◔ Θ ◔ )੭ 링크가 앞내용이고 원래 내려던 내용이었는데 기분이다! 하고 올려버려서 머리에 있던거 꺼내서 적었고...

    앞은 side 룡이면 이번은 side 도미이고 앞에서 그냥 지나갔던

    1. 1. 어쩌다 내기를 벌이게 되었는가

    2. 2. 왜 미련없이 죽었는가

    3. 에 관한 내용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으요...(◔ Θ ◔ )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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